-아래는 서울시교육청 및 학생생활지도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한상희 건국대 교수)가 만들었다는 서울학생인권조례 초안입니다. 오늘 기자회견으로 초안을 발표했고, 내일 공청회를 한다고 합니다.

-초안 제7조(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차별금지사유를 기본으로 하면서도‘성적지향’만 제외했습니다. ‘서울특별시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과 비교해 봐도 차별받지 아니할 권리(제7조)에서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소수자 학생의 인권보장(제30조)에서 ‘성소수자’만을 제외했습니다.

-역풍을 우려하여 의도적으로 ‘성소수자’만 제외하였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눈치볼거면 서울시교육청(및 자문위)은 학생인권조례 따로 발의하지 마세요. 그냥 주민발의안을 통과시키도록 도우세요. 매우 실망스럽고 유감입니다.

-참고로 이번에 서울시교육청에서 발표한 학생인권조례 초안은 지난 번 주민발의안과 다른 것입니다. '서울특별시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에는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이 그대로 발의되어있는 상태이고요. 서울시교육청에서 이와 별도로 따로 발의하기위한 학생인권조례초안에서 성적지향 등이 제외된거에요. 주민발의안과 같은것으로 혼동하는 분들이 많은 듯하여, 알려드립니다. 이번 서울시교육청안에서 성적지향 등이 제외된 채 최종 발의되면, 지난 번 주민발의안과 함께 서울시의회에서 두 안이 병합심의 될텐데, 저는 그 때 이 서울시교육청안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서울학생인권조례 초안

제2장 학생의 인권

제1절 차별받지 아니할 권리

제7조(차별받지 않을 권리) ①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견해, 경제적 지위, 병력, 징계, 학업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할 권리를 가진다.
② 학교의 설립자ㆍ경영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제1항에 예시한 사유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③ 교육감, 학교의 설립자ㆍ경영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교육과 학예에 관한 정책의 수립이나 그 집행, 교육시설의 확보나 교육의 실시 등 모든 학교생활에 있어 장애나 신체조건 등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그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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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절 소수자 학생의 인권 보장

제30조(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장) ① 교육감, 학교의 설립자ㆍ경영자 ,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빈곤 학생, 장애 학생, 다문화가정 학생, 한부모가정 학생, 이주민가정 학생을 비롯한 외국인 학생, 운동선수, 근로 학생 등 소수자 학생이 그 특성에 따라 필요한 권리를 적정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소수자 학생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인권교육프로그램과 소수자 학생을 위한 진로 및 취업프로그램, 상담프로그램을 별도로 마련하여야 한다.

③ 장애학생은 학교에서 특별한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교육감 및 학교의 장은 장애 학생에게 교내외 교육활동에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고 참여를 보장하여야 하며, 장애상태에 따라 적절한 교육 및 평가방법을 제공하여야 한다.

④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빈곤학생이 가정형편 등으로 말미암아 수학여행 등 교육활동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⑤ 다문화가정 학생, 이주민가정 학생을 비롯한 외국인 학생의 인권은 학생 또는 보호자의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다문화가정 학생, 이주민 학생을 비롯한 외국인학생에 대하여 교육활동에서 언어ㆍ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한 차별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여야 하며, 다문화가정 학생의 전ㆍ입학기회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⑥ 교육감, 학교의 설립자ㆍ경영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다문화가정 학생, 이주민가정 학생을 비롯한 외국인 학생 등에 대하여 그의 문화적 정체성을 학습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그에 적합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비교>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출생지, 등록기준지, 성년이 되기 전의 주된 거주지 등을 말한다),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기혼·미혼·별거·이혼·사별·재혼·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을 이유로 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만, 현존하는 차별을 없애기 위하여 특정한 사람(특정한 사람들의 집단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잠정적으로 우대하는 행위와 이를 내용으로 하는 법령의 제정·개정 및 정책의 수립·집행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이하 "차별행위"라 한다)로 보지 아니한다.
가. 고용(모집, 채용, 교육, 배치, 승진, 임금 및 임금 외의 금품 지급, 자금의 융자, 정년, 퇴직, 해고 등을 포함한다)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
나. 재화·용역·교통수단·상업시설·토지·주거시설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
다. 교육시설이나 직업훈련기관에서의 교육·훈련이나 그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라. 성희롱[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초·중등교육법」 제2조, 「고등교육법」 제2조와 그 밖의 다른 법률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2제1항에 따른 공직유관단체를 말한다)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여 또는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행위


<서울특별시학생인권조례안(주민발의안)>
http://www.sturightnow.net/page.php?id=ordinance

제2장 학생의 인권

제1절 차별받지 않을 권리

제6조(차별받지 않을 권리) ①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② 학교의 설립자·경영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제1항에 예시한 사유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 차별 사유의 ‘예시 조항’으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차별 관련 규정의 17개 사유에 더하여 학교 내 차별 양태를 고려한 징계, 성적, 경제적 지위 등을 추가함. 또한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두텁게 보장하기 위해 성적 지향과 아울러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도 함께 명시
☞ 학생회장 입후보 자격, 열독실 운영 등에 있어 부당한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근거규정으로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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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절 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장
제28조(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장) ① 교육감, 학교의 설립자·경영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빈곤 학생, 장애 학생, 한부모가정 학생, 다문화가정 학생, 외국인 학생, 운동선수, 성소수자, 근로 학생 등 소수자 학생(이하 “소수자 학생”이라 한다)이 그 특성에 따라 요청되는 권리를 적정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②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사회구조나 문화에 따라 누구나 권리 실현에 어려움을 겪는 소수자 학생이 될 수 있음에 유념하면서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을 해소하는데 필요한 인권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소수자 학생을 위한 진로 및 취업 프로그램을 별도로 마련하여야 한다.
③ 교육감은 소수자 학생에 대하여 그 특성에 따라 요청되는 권리의 보장을 위하여 전문 상담 등의 적절한 지원 및 조력을 해야 한다.
④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특히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관한 정보를 본인의 동의없이 보호자를 포함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해서는 아니되며, 학생의 안전상 긴급성을 요하는 경우에도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야한다.
⑤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장애 학생에 대하여 교내외 교육활동에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고 참여를 보장하며, 적절한 교육 및 평가방법을 제공해야 한다.
⑥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빈곤 학생이 가정형편으로 말미암아 수학여행 등 교육활동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⑦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다문화가정 학생, 외국인 학생에 대하여 교육활동에서 언어․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한 차별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또한 서울특별시에 거주하는 사실만으로 학교에 전․입학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⑧ 다문화가정 학생, 외국인 학생의 인권은 당사자 또는 보호자의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⑨ 다문화가정 학생, 외국인 학생은 외국에서 이수한 교육과정에 상응하는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 제6조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구체화하여 소수자의 위치에 놓여있는 학생들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 적극적 조치에는 소수자 학생이 처한 특성이 적정하게 고려되어야 함
☞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학생, 운동선수, 성소수자 학생 등을 고려하여 전문 상담 등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아울러 명시. 개별 학교마다 전문 상담인력을 두기 어려운 경우에는 지역교육청이 그 역할을 대신 맡아 지원할 필요가 있음.
☞ 이주아동의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체류자격과 외국에서 이수한 교육과정의 인정이므로 이를 조례에 적극적으로 반영함.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2장 학생의 인권

제1절 차별받지 않을 권리

제5조(차별받지 않을 권리) ①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② 학교는 제1항에 예시한 사유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 참고로 국제연합(UN) 아동권리위원회(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도 2003년의 청소년들의 건강과 증진에 대한 일반논평 4호에서 ‘당사국들은 18세 이하의 모든 사람이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혹은 기타 의견, 국적, 민족, 사회적 출신, 재산, 장애, 출생 혹은 기타 지위와 관련해 차별 없이 [아동권리]협약 상의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할 의무가 있다(제2조)’하면서 ‘이러한 조건들에는 청소년들의 성적 지향 포함’된다고 성적 지향을 특별히 명시한 바 있습니다.(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 General Comment No. 4: Adolescent health and development in the context of the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1 July 2003, CRC/GC/2003/4.)



 

 

내가 아는 난민신청자 부부는 요즘 자녀들의 의료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다. 한국에서 만나 결혼한 부부는 한국에서 자녀 셋을 출산했다. 그런데 이 부부와 자녀들은 한국의 공공의료제도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비싼 의료비용을 부담해야 병원에 갈 수 있다. 게다가 난민신청자는 원칙적으로 취업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하루에 몇 끼를 거를 정도로 경제적으로 궁핍한 이 가족에게 비싼 병원비는 가장 큰 고민거리다.

1991년에 한국이 비준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당사국이 “아동이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건강을 누릴 권리(제24조)”를 인정하고, 그 중에서도, “모든 아동에게 필요한 의료지원과 건강관리의 제공을 보장하는 조치”와 “모든 여성에게 출산 전후의 적절한 의료치료” 등의 완전한 이행을 추구해야 하며, “건강관리지원의 이용에 관한 아동의 권리가 박탈되지 아니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거주하는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국적이나 체류자격으로 인하여 건강 및 의료에 관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 의료급여제도는 모두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등록을 한 자를 조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미등록 이주아동은 공공의료제도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그나마 보건복지부의 ‘외국인근로자 등 소외계층에 대한 무료진료 사업’은 미등록 이주민에 대해서 일정 범위내의 무료진료를 시행하고 있지만, 지정 의료원이 전국에 60여 곳 밖에 되지 않아 응급환자들이 지정병원을 찾아가기 어렵거나, 찾아가더라도 지정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경우가 있고, 지원 내용이 질병 발병 후 입원비, 수술비 지원에 국한되어 있어, 본질적으로 이주아동의 건강권을 증진시키는 제도로는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다.

아동의 의료접근은 성장기의 부적절한 치료로 인한 장기적인 영향을 고려하면 특히 중요하다. 실제로, 임신기와 아동기의 좋은 건강상태가 성인건강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인식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미등록 이주민 중에서도 특별히 이주아동과 임산부의 경우에는 국민들과 같은 조건으로 공공의료제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특히 취약한 집단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통합적인 의료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인도주의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공중 보건적 측면, 예방의학적 측면,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더 효율적이다. 한국은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의 당사국으로서, 그 구속력에 따라 모든 아동들의 치료와 건강을 위한 의료접근에 있어 진정한 평등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한국은 현재 국내 거주하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정확한 수에 관한 공식적인 통계조차 없는 상황이다.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실태파악과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이 글은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 256호에도 실렸습니다. http://hr-oreum.net/article.php?id=1825


인천신항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베트남노동자 10명이 구속됐다. 죄명은 형법상 ‘업무방해’죄. 베트남 노동자 200여명이 2010년 7월 22일부터 7월 25일까지 나흘 동안, 그리고 2011년 1월 9일부터 1월 10일까지 이틀 동안 단체로 출근을 거부한 일이 있었는데, 한국 노동관계법에서 정한 쟁의행위 절차를 거치지 않고 파업을 하였다는 이유다.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는 노동자들


구속된 베트남 노동자들은 ㅌ건설산업에 고용되어 인천신항 컨테이너 하부축조 공사장에서 일했던 이주노동자들이다. ㅌ건설산업은 2009년경 270억 규모의 건설공사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200여명의 베트남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베트남 노동자들은 시급 4110원 최저임금을 받고 2조2교대로 매일 12시간씩 일해야 했다. 주간 근무조는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야간 근무조는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일했고, 일이 많은 날은 연장근로를 하기도 했다. 공사가 시작되면 중지할 수 없는 작업의 특성상 토요일, 일요일에도 공사는 진행이 되었고, 노동자들은 휴일근로수당을 받기 위하여 자의반타의반으로 일해야 했다. 구속된 노동자는 한국에 입국하여 처음 건설현장에서 일할 때 자신이 “사람이 아니고 노예나 기계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파업은 2010년 7월 22일 아침에 일어났다. 야간 근무조가 근무를 마치고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회사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에게 다가와 아침식사 시간인 7시를 지키지 않고 일찍 근무를 마쳤다며 불이익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건설현장의 특성상 30미터 높이에서 일을 하다가 식사를 하려면 이동시간과 대기시간이 길다. 당시 베트남 노동자들은 5분이라도 일찍 내려오면 사측에서 노동자들의 번호(회사는 노동자들을 이름 대신에 회사가 부여한 번호로 식별하고, 근무복에 번호를 적어 놓았다)를 적고, 불이익 조치로서 임금에서 1시간 임금을 공제하거나, 건설현장의 통로를 막는 등 엄격하게 통제하여 불만이 컸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당시 주간 근무조까지 출근을 거부하고, 베트남 노동자 전체 200여명이 회사 측에 식사시간 문제, 최저임금에서 식비(매월 24만원)를 공제하는 문제, 기숙사 안에서 엄격한 관리감독 문제 등의 개선을 요구하며 나흘 동안 출근을 거부하였다. 나흘의 기간 중 7월 24, 25일은 토요일과 일요일이었다. 당시 파업이 조직적이거나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회사 측의 회유와 해고 협박으로, 나흘 만에 노동자들은 자연스럽게 다시 출근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회사 측에서는 파업 이후 일부 개선 내용으로 노동자들이 식사시간 10분 전에 식당으로 내려올 수 있게 하고, 일정한 작업성과를 달성하는 조건으로 식비를 임금에서 공제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후 실제로 약속이 지켜지지는 않았다.


불법폭력파업으로 몰고 가는 검찰


경찰과 검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 파업 사건이 아닌 불법폭력파업사건으로 규정한다. 구속된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파업을 주동하고, 출근을 원하는 대부분의 베트남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폭행하여 출근을 저지하였다는 혐의를 씌우고 있다. 하지만 구속된 노동자들 대부분은 2010년 7월 이후 ㅌ건설산업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1차 파업 당시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전체 파업 상황을 파악하고 주도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더구나 구속된 노동자들이 근무를 하기 전과 후에도 같은 건설현장에서 비슷한 이유로 파업이 발생한 사실이 있다. 이 사건 전인 2010년 7월 9일경에도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식사제공에 관한 기존의 방침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일이 있었고, 이에 반대하는 21명의 노동자가 작업을 거부하였는데, 회사가 단체행동을 한 21명의 노동자들을 모두 해고하는 일이 있었다. 회사는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변경할 때 노동자들과 사전 협의나 협상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베트남 노동자들은 자연스럽게 단체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전후 사정을 보면, 현재 구속되어 있는 10여명 노동자들의 협박에 의하여 200여명의 노동자들이 출근을 못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한편, 이 사건의 수사과정도 문제가 많았다. 구속된 노동자 중에는 파업 이후에도 ㅌ건설산업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있었고, 갑자기 올해 3월경에 지난 해 파업으로 구속을 당하게 된 것이다. 구속할 만큼 중한 사안도 아니고,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자격을 지닌 등록 이주노동자들로서 기숙사와 근무처가 일정하여 도주의 우려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소환요구 한 차례 없이 이주노동자(외국인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10명 전원에 대하여 바로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구속시켰다. 구속된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회사와 원만히 해결하고 정상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9개월 전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구속당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또 경찰은 파업과 관련이 없고 피해자도 처벌을 원하지 않을 정도의 극히 경미한 폭행 사건들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입건하고 파업 사건과 병합하였다. 이주인권단체들은 경찰이 지난 4월 5일부터 실시한 ‘외국인 범죄 집중단속’기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경찰이 단속 실적을 이유로 작년에 발생한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하여 회사가 고소․고발하지도 않았는데 기획수사를 한 것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은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의 행사


헌법 제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헌법은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단체행동권에 대한 어떠한 법률유보조항도 두고 있지 않다. 그리고 단체행동권의 핵심인 쟁의행위는 고용주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하여 노동관계법령의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벌금형이나 징역형으로 형사처벌 하는 것은 사실상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애당초 업무방해죄는 노동운동 탄압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한국형법의 업무방해죄는 이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현재 업무방해죄는 한국과 일본 외에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구성요건이고, 오늘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나라에서는 쟁의행위에 대한 실체적 제한이나 절차적 제한을 불문하고 쟁의행위 자체를 일반적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예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 각국에서는 20세기 초를 전후하여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면책 법리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한편 대법원은 2011년 3월, 단순한 노무제공 거부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판례를 “(ⅰ)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ⅱ)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로 제한하는 판례변경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대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기준이 모호하여 형벌권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소수의견(재판관 5인)은, 단순파업의 경우 “근로자들의 단순한 근로제공 거부는 그것이 비록 집단적으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업무방해죄의 실행행위로서 사용자의 업무수행에 대한 적극적인 방해 행위로 인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도 없”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반대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정부는 이미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자유위원회로부터 단순파업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에 대하여 2000년 이래 총 10차례 권고를 받았고, 국제노동기구의 2004년 세계 보고서(Global Report)는 한국을 선진국 중에서 노동분쟁을 범죄시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소개하면서, 한국을 노동권에 대한 침해 문제가 “심각하고 급박한(serious and urgent)”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이주노동자들이 단체행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구속된 최초의 사건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형사 처벌하는 유일한 국가, 한국. 경찰은 단속실적을 위하여 사건을 부풀려 노동자들을 구속시키고, 회사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단체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주겠단다. 과연,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단체로 출근을 거부한 것이 유죄인가? 이들에 대한 선고기일은 이번 주 목요일(6월 23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