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학자 정희진 씨는 “‘표현의 자유’도 누가 누구를 상대로 하는 주장인가가 중요하다. 백인이 흑인을 비하하는 것, 남성이 여성을 비하하는 것, 호모포비아를 드러내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근대에 강력한 국가주의가 들어서면서 거대한 국가권력에 비해 약한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표현, 집회, 사상의 자유 등을 인정했다. 즉, 지배규범에 대한 사회적 약자의 권리일 때만이 표현의 자유는 진보적 가치로서 존중되는 것이다.”라는 점을 말했다.(<월간 인권연대> ‘29차 수요대화모임 지상중계(3.23)’에서)

<참세상> 성소수자, 우리 인생의 황금기를 위하여
[기고] 다같이 행복해지기 위한 커밍아웃, “우리 여기 존재한다.”
안미선(자유기고가) 2011.05.18 18:12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61565

"“커밍아웃은 끊임없는 숙제다. 매일매일 다르게 써야 하고 또 다른 숙제가 있다”는 영화 속 준문 씨의 말처럼 끝없이 고단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성적소수자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목소리를 통해 사회에 굳게 내면화된 차별에 항거를 이미 시작했다. <종로의 기적>에 나온 한 주인공으로 최영수 씨가 있다. 시골 게이였던 그는 혼자 오랜 시간 정체성을 고민하고 외롭게 살다가 자신과 같은, 자신을 긍정해주는 친구들을 종로에서 만나 G보이스에서 신나게 노래할 수 있게 되었다. “한 줄로 세우는 질서를 넘어간다, 우리의 길로!” 노래하며 그는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라고 웃었다. 그리고 그 기쁨을 누리게 된 지 얼마 안 되어 연습을 하던 중 뇌수막염으로 쓰러졌다. 무지개 깃발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는 그의 영정 앞에서 친구와 가족들은 울었다. 그는 죽기 직전에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누구에게나 삶은 소중하고 단 한 번의 것이다.

그리 길지 않은 삶에서 자기 인생의 황금기를 누릴 기회는 누구나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나다울 수 있는 단 한 번의 시간, 그것이 우리 삶을 인간다운 것으로 만들고 세상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에서 행복하기 위해 성적소수자들은 싸우고 있고 마찬가지 이유로 그 싸움에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
-안미선, 위의 글 중

 

한국의 '다문화' 정책은 허구다

카테고리 없음 | 2011. 5. 18. 17:16
Posted by 장변

5월 20일은 한국 정부가 정한 ‘세계인의 날’이다. 법무부는 “세계인의 날을 맞아 국민과 재한외국인이 서로를 이해하고 어우러지는 소통과 화합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기념행사를 서울광장에서 개최한다”고 한다. 그러나 참가자들을 동원하여 민속의상을 입하고, 유명가수를 부르고, 기념사진을 찍는 행사를 개최한다고 해서 소통과 화합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주민들을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차별을 해소하고, 최소한의 인권, 노동권, 평등권을 보장하는 일이 우선이다.

                                    * 2010년 제3회 세계인의 날 기념행사

그러나 법무부는 불과 며칠 전에도, 헌법재판소의 공개법정에서 이주노동자의 헌법상 기본권, 노동3권을 부정하였다. 한국 정부는 여전히 이주노동자의 노동조합을 부정하고 있으며, 이주노조 현 위원장에 대한 체류연장을 불허하고 출국명령을 하였다. 한국 대법원은 4년이 넘도록 이주노조 설립신고반려처분취소사건의 판결을 미루고 있다.

나아가 한국 정부는 이주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가장 낮은 수준의 약속인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가입을 거부하고 있고, 이주과정에서 취약한 지위의 이주민을 상대로 발생하는 사기, 폭력, 인신매매 등 피해구제 및 대책마련에 소홀하다. 강제노동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이주노동자를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하는 단기순환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며,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합법화 조치에서 비동포 이주노동자들은 제외하였다. 폭력적인 강제단속과정은 여전히 사회문제가 되고 있고, 고용허가제의 기간만료가 다가옴에 따라 이주노동자의 미등록 상태가 양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성과 개선의 대책이 없다.

                                           * 2010년 제3회 세계인의 날 기념행사

또한 최근 결혼이주민에 대하여 체류자격 및 국적취득의 요건을 엄격하게 강화하여, 결혼이주여성의 법적 지위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정부의 ‘외국인사회통합’ 정책의 주된 대상은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과 가족들이고, 이주노동자의 가족과 아동들, 유학생 부부,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이주남성과 자녀들, 난민들은 소외당하고 있다. 이러한 선별적 사회통합 정책은 한국 정부의 ‘다문화’ 정책이 그 포장과 달리, 지독한 가부장적 혈통주의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주민들은 한국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풍요롭게 해주는 존재들이다. 일방적인 행정행위의 대상이 아닌 “인간의 존엄을 가진 사람”이다. 한국 사회가, 이주노동자를 ‘값싼 노동력’으로, 결혼이주여성을 ‘저출산 대책’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범죄자’로, 난민들을 ‘사회적 비용’으로 취급하는 한, 한국의 ‘다문화’ 정책은 허구이며, 차별이다.

 

 

                                                * 제4회 세계인의 날 홍보대사 위촉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