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ithgonggam.tistory.com/823 (원문: 공감 5월 뉴스레터 공변의 변)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조금 복잡한 질문을 해보려고 한다. 트랜스젠더에게 법적 성별정정의 요건으로서, 의무적으로 “생식능력 상실”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가.

 

현재 대법원의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에 따르면, 법적 성별정정의 허가기준으로서 "생식능력이 없고, 향후에도 생식능력이 발생하거나 회복될 가능성이 없음"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7대 국회 때 발의된 ‘성전환자의 성별변경 등에 관한 특별법안(노회찬 의원안)’에서도 성별변경의 요건으로 “생식능력이 없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성별”에 대한 결정에서 “생식능력”은 필연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인가. 생식능력 상실요건은 트랜스젠더들에게 임신/출산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 아닌가. 이는 과거 장애인들에게 비자발적인 불임수술을 강요하는 것처럼 심각한 인권침해가 아닌가.

 

이와 대조적으로, 외국에서는 한 FTM 트랜스젠더 남성이 불임인 아내를 대신하여 임신/ 출산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셋째 자녀를 출산하였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하여 “태어난 아기는 이 남성을 ‘엄마’라고 불러야 하나, ‘아빠’라고 불러야 하느냐”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한편, 한국 대법원은 2011년 9월, “성전환자가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 성별정정을 허가할 수 없다”는 결정을 하기도 하였다. 그 이유는, “자녀의 입장에서는 부/모의 성별이 뒤바뀌는 정신적 혼란과 충격을 일방적으로 감내해야 하고, 동성혼의 외관이 현출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은 엄연한 현실이고, 감수성이 예민한 미성년자인 자녀를 이러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친권자로서 또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책무를 도외시하는 것”이라면서 “미성년자인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성별정정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소수의견은 “이미 부모의 전환된 성에 따라 자연스러운 가족관계가 형성된 경우 등에서는 성별정정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미성년자의 복리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다.

 

성별정정의 요건으로 “생식능력 제거”나 “미성년자 자녀 유무”를 기준으로 두는 것은, 결국 남성/여성을 전제로 한 이성애 중심적 부/모를 벗어난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법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존재하는 트랜스젠더나, 동성 커플 등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진지한 고찰 없이, 단순히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이유로 이렇게 손쉽게 한 개인의 자기결정권의 본질적 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다.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 문제라면, 그러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대법원의 결정은 오히려 이런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임신, 출산, 양육 등 모·부성권은 누구든지 차별 없이 누려야 할 천부적 권리이다. 그런데 이러한 당연한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이를 제한하고 있는 기준들은 누구의 관점으로 만들어지고 있는가.


하와이 대학의 캐롤 제이 페터슨 교수는, 이처럼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을 위해서 생식능력 제거를 포함한 성전환수술을 의무적으로 요구하거나, 자녀가 없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장애인권리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한민국도 가입비준한 장애인권리협약 제23조는 “당사국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결혼, 가족, 부모신분(parenthood) 및 관계에 관련되는 모든 문제들에 있어 장애인 차별을 근절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협약에서는 ‘장애’의 개념을 한정적으로 정의하는 대신에 협약 전문에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장애는 점진적으로 변화되는 개념이며, 장애인 개인의 손상과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사회에 완전하고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저해하는 태도 및 환경적인 장벽 간의 상호작용으로 기인한 것임을 인정한다.”


이에 따르면, 여전히 의학적으로 성주체성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라는 정신장애로 진단되고 있는 성전환자들도 법적, 사회적, 규범적으로 사회로부터 동등한 참여에서 제한, 배제, 분리, 거부되고 있고, 환경적인 장벽으로 인한 장애가 있는 장애인으로 보아,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적용을 받아야하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대법원 예규에서 제시한 성전환자 성별정정의 요건 중 생식능력이 없을 것을 요구하거나, 미성년자 자녀가 없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장애인권리협약 뿐만 아니라,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8조 ‘누구든지 장애인의 임신, 출산, 양육 등 모·부성권에 있어 장애를 이유로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를 위배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운동적으로, 트랜스젠더(성전환자)를 장애로 보아야 하는가라는 것은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성전환증을 정신장애 목록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는 반면에, 그렇게 되면, 호르몬 치료나 성전환 수술의 의료적 접근이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도 있는 등, 복잡한 논쟁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 글 장서연

 

 

 

 

 

-트랜스젠더 수용자 처우에 관한 외국사례와 시사점

* 인권오름 249gh 벼리 꼭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hr-oreum.net/article.php?id=1771

2006년 한국에서 한
MTF(male to female, 남성에서 여성으로) 트랜스젠더(trans gender, 성전환자)가 남자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다가 여성용 내의와 호르몬치료를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자 자신의 성기를 절단하는 자살시도를 한 사건이 있었다. 그녀가 자살시도에 이르기까지 교도소 측은 적절한 상담이나 처우, 의료적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고, 그녀의 고통에 귀를 기울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국에도 법무부가 2003년에 만든 ‘성전환자 수용자 수용처우에 관한 지침’이 있다. 그런데 이 지침은 ‘성전환자’를, “성전환수술 등으로 남·여 성별이 불분명한 자”로 제한하고 있고, “성전환자 수용자를 독거 수용하라”라는 내용 외에 트랜스젠더 수용자들이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대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제12조는 “남성과 여성은 분리하여 수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 양성을 전제로 하고 있고, 성별을 어떻게 결정할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기존에는 성별을 남성과 여성, 양성을 전제로, 출생시 외부성기를 기준으로 결정하여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간의 성별을 결정하는 데는 생물학적 측면 외에도 정신적, 사회·심리학적인 요소 등 다양한 성별결정요소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녀 이분법은 트랜스젠더의 경험을 온전히 담보하지 못한다. 즉, 남녀라는 성별로 확고하게 구분된 구금시설에서 트랜스젠더 수용자는 모든 영역에서 배제를 경험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교도소에 입소하면서 어느 수용시설에 배치될 것인지 문제에서부터, 정체성에 맞는 의복이나 화장품 지급, 호르몬치료나 성전환수술의 보장여부, 다른 수용자나 직원들로부터의 괴롭힘이나 성폭력의 위험 등에 직면하게 된다.

미연방법원의 판결, “호르몬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

미국에서는, 트랜스젠더 수용자의 처우와 관련하여 이미 여러 가지 논쟁들이 있었다.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교도소에서 트랜스젠더 수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단계적 지원으로 1) 성정체성에 맞는 의복의 착용과 적절한 화장의 허용, 2) 심리적 지원, 3) 호르몬 치료, 4) 성전환 수술 등을 들고 있다. 즉, 교도소에서 트랜스젠더 수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지원은 성정체성에 맞는 의복의 착용과 적절한 화장을 허용하는 것이다. 성정체성에 맞는 의복의 착용과 화장은, 트랜스젠더 수용자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특히 중요하기도 하고, 구금시설에서도 가장 쉽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교도소 내에서 트랜스젠더 수용자들이 호르몬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는지에 관한 격심한 논쟁은 여러 건의 소송으로 이어졌다. 과거에 미국 법원들은 수용자들이 호르몬 치료나 성전환 수술을 받을 수 없다고 일관되게 판결했지만, 최근 미국법원의 경향은 ‘성주체성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는 심각한 의료적 지원이 필요하며, 성주체성장애자를 상대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의 주도 하에 정신과 진료가 이루어져야 하고, 만약 호르몬 치료나 성전환 수술 등이 의료적으로 필요하다면, 이러한 의료조치에 대하여 단순히 비용이나 여론 때문에 거절하는 것은 미 연방 수정헌법 제8조 잔인하고 비정상적인(cruel and unusual) 처벌금지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하고 있다.

미국의 트랜스젠더 수용자들은 일관되지 못한 정책으로 인하여 소송을 통하여 개별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미국 교정국의 정책은 유지정책(one of maintenance)을 취하고 있다. 구금 이전에 호르몬 투여를 시작했던 수용자와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지 않았던 수용자를 구별하고, 구금되는 동안 성정체성 혼란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한 호르몬 치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영국 법무부, “트랜스젠더 수용자 정책” 발표

영국 법무부는 한 발 더 나아가, 2011년 3월, ‘트랜스젠더 수용자의 보호 및 관리(The Care and Management of Transsexual Prisoners)’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트랜스젠더 수용자들에 대한 의료적 처우, 교도소 내 배치, 개명(호칭), 신체검사, 복장규정, 물품사용, 안전관리 등에 관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침에 의하면, 교도소는 트랜스젠더 수용자들에게 수감되지 않았더라면 NHS(영국 공공의료서비스, National Health Service)로부터 받았을 치료와 동등한 치료를 제공할 의무를 진다. 이는 상담, 성전환수술 전후 관리 및 지속적인 호르몬치료를 포함한다. 만약 수용자가 교도소에 수감되기 전부터 의학적 치료를 받았었고 지속적인 치료를 요구한다면, 교도소 내 성주체성 전문가가 수용자에게 맞는 다른 치료를 권하기 전까지는 이전부터 받던 치료가 지속되어야 한다. 수용자가 성전환수술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교도소 의료진은 성주체성장애 전문가에게 알릴 의무가 있으며, 평상시에도 성전환수술의 필요여부에 대해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용자가 자신의 신체 일부분이나 성별과 관련 있는 다른 특징들을 바꿈으로써 성전환을 원하거나, 성전환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경우, ‘평등법 2010’에 의해 보호를 받으며, 성전환을 이유로 차별을 당하거나 학대를 받아서는 안 된다. 트랜스젠더 수용자들은 자신들이 지향하는 성별에 적합한 의복을 입도록 허용되어야 하고, 자신이 원하는 이름과 호칭을 사용할 수 있다. 수용자는 성전환을 이유로 개명신청을 할 수 있으며, 그럴 경우에는 ‘Mr’ ‘Ms’와 같은 호칭도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트랜스젠더를 수용시설에 배치할 때는, 법적으로 성전환이 인정된 수용자들은 법적으로 인정된 성별에 따라 배치한다. 법적으로 성전환이 인정되기 전의 트랜스젠더의 경우에도 다른 수용자들과의 위험요소, 전문가 의견, 수용자 본인이 어디에서 가장 안전함을 느끼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재배치할 수 있다. 배치문제는 신체적인 것이 아니라 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배치를 목적으로 한 신체검사는 금지된다.

구금시설에 있는 트랜스젠더의 성정체성을 최대한 존중해야

영국의 정책을 보면, 트랜스젠더 수용자에 대한 처우를 각 상황에 따라 다르게 결정함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MTF 트랜스젠더가 수용시설의 배치에 있어, 법적으로 성별변경 전이거나 성전환수술 전이어서 남성 수용시설에 배치되게 되더라도, 그 안에서 여성 수용자로서 대우를 받고 성정체성에 적합한 의복이나 화장이 허용되고, 호르몬치료 등 의료적 처우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트랜스젠더들도 하나의 범주로 묶기 어려울 정도로 천차만별이고, 성전환에 대한 욕구나 진행정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트랜스젠더를 성전환수술을 하거나, 성전환수술을 원하는 사람으로 한정하여 생각한다. 이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정형화된 선입견이다. 트랜스젠더 중에는 성전환수술이나 호르몬 치료를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수술을 하지 않았거나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트랜스젠더는 성전환수술 여부나 호르몬 치료 여부와 무관하게 스스로 어떠한 성별로 자신을 인식하고 있으며,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지가 중요하다.

이는 구금시설의 트랜스젠더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트랜스젠더는 기왕의 호르몬치료 여부나 성전환수술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주관적 인식과 욕구가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트랜스젠더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으로부터 파생되는 자기결정권에서 도출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한국 대법원도 이미 2006년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면서 “성전환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고 하여 헌법상 권리를 인정했다. 트랜스젠더 수용자들은 가능한 인간존엄성에 상응하도록 구금시설 안에서도 자신의 성정체성에 적합한 처우를 최대한 보장받아야 한다. 정부는 구금시설에 있는 트랜스젠더 수용자들이 형벌로서의 자유구속 이외에 이중의 고통을 겪지 않도록, 그 고통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트랜스젠더 수용자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글 장서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