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2. 14:00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2008헌마430 긴급보호 및 보호명령 집행행위 등 위헌확인 사건

1. 이 사건은 2008년 5월에 발생하였습니다. 당시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부위원장이었던 청구인들에 대한 피청구인들의 강제단속, 강제퇴거 집행행위에 대한 위헌결정을 구하는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개요 및 구체적의 경위는 변론요지서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분명히 할 점은, 청구인들이 헌법소원을 청구한 심판대상은 긴급보호, 보호, 강제퇴거명령의 행정처분이 아닌 각 집행행위라는 것입니다. 이 사건 심판대상행위들은 표면적으로는 출입국 행정절차를 띄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청구인들에 대한 표적단속으로부터 시작하여 기습적으로 집행된 강제퇴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청구인들의 노조활동에 대한 불이익조치로서 피청구인들의 권력적 사실행위가 직접적인 문제가 된 것이고, 이 사건 심판대상 행위들은 행정처분과 공통된 위헌사유도 있지만, 각 집행과정에서 독자적으로 문제되는 위헌사유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이 사건 심판대상 행위에서 공통적으로 문제된 노동3권 침해여부를 먼저 살펴보고, 다음으로 긴급보호와 보호의 집행행위의 위헌성, 마지막으로 강제퇴거명령 집행행위의 위헌성을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2. 피청구인은, 청구인들에 대한 단속은 불법체류 외국인들에 대한 통상적인 단속과정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각 집행행위의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통상적인 출입국 절차와 다른 점이 많습니다. 청구인들은 2008년 5월 2일 저녁 8시경,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각각 조합 사무실과 집에서 단속이 되었습니다. 이는 이주노동조합 전임임원이었던 2대 집행부의 경우와 똑같은 방식이었습니다. 2007년 11월 27일경에도 이주노조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국장이었던 외국인 노동자 3명은 같은 날 각각 다른 장소에서 단속이 되었고, 당시에도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조사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벽 3시경에 기습적으로 강제퇴거 집행이 완료된 바가 있습니다.

또한 이주노조 초대 위원장의 경우에도 2005년 5월경 노조설립신고를 한지 불과 보름만에 단속이 되어 강제퇴거를 당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 이주노조 위원장은 2011년 2월에 합법적인 고용허가제 체류자격을 취소당하였습니다. 이처럼, 이주노조 임원들은 모두 예외 없이 강제퇴거 당하거나 합법적인 체류자격 마저 취소된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제노동기구 ILO의 결사의자유위원회도 2009. 3. 경 청구인들 및 이주노동조합 전임 간부들이 이주노동조합 간부로 선출된 직후 잇달아 체포되고 강제퇴거 당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한국 정부에게 “노동조합 활동을 심각하게 방해할 수 있는 조치들을 예방하기를 요청”한 사실도 있습니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출입국 강제퇴거집행 절차에서 항공권은 외국인의 자비로 구입하여야 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정조사 중인 사건이나, 행정소송이 계류 중인 사건에 있어서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퇴거 집행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문 일입니다. 그런데 유독 이주노동조합 임원들의 경우에만, 자신의 강제퇴거 집행일이 언제인지도 모른채 당사자들의 의사에 반하여 기습적으로 강제퇴거가 집행이 되어 왔습니다.

이처럼 피청구인 법무부의 이주노동조합 핵심임원들에 대한 일련의 불이익조치들과 청구인들에 대한 이 사건 각 집행행위는, 한국정부가 이주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반려하고 이주노동조합을 부정하는 일관된 입장에서, 이주노조활동에 대한 차별적이고 보복적인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써, 청구인들의 노동3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3. 한편, 피청구인은 출입국관리법상 체류자격 없는 외국인노동자인 청구인들에게 헌법상 노동3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헌법 제33조 제1항은 국민과 외국인의 차별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노동3권은 사회, 경제적 약자인 노동자가 노동자단체의 단결된 힘에 의해 사용자와 실질적 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미국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참고할 만합니다. 미연방대법원은 “미등록 외국인노동자들이 노조활동 참여로 인하여, 고용주 위협으로부터의 보호에서 제외된다면, 이들은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노동자들 공동의 목표와는 무관한 하위노동계층을 형성하여 노동자단결과 효과적인 단체교섭에 해가 될 것이다.”라는 이유로 미등록 외국인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3권을 출입국관리법상 체류자격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인 개념에서 '노동자성'이 인정이 되는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4. 다음으로, 이 사건 긴급보호 및 보호 집행행위의 위헌성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51조의 ‘보호’는 그 사전적 의미와 달리 실질적으로 외국인의 인신을 구속하는 행정상 강제처분입니다. 법관의 영장 없이도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약하는 강제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헌법 제12조 제3항의 사전영장주의를 위배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불법체류 외국인의 경우, 강제퇴거 대상임이 명백하여 영장주의 적용이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으나, 체류자격 유무, 강제퇴거 여부에 대한 보강조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이 사건에서처럼 인신구속과정의 위법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으며, 아동, 임산부, 난민신청자 등 인신구속이 부적절한 경우 등 인신구속의 적부에 관하여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경우가 다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우리 헌법 제12조에 규정된 '신체의 자유'는 수사기관 뿐만 아니라 일반 행정기관을 비롯한 다른 국가기관 등에 의하여도 직접 제한될 수 있으므로, 헌법 제12조 소정의 '체포·구속' 역시 포괄적인 개념으로 해석해야”한다고 판시한 바가 있고(헌법재판소 2004. 3.25. 선고 2002헌바104 결정), “만일 어떤 법률조항이 영장주의를 배제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을 정도로 급박성이 인정되지 아니함에도 행정상 즉시강제를 인정하고 있다면, 이러한 법률조항은 이미 그 자체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이다”라고 판시한바가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02. 10. 31. 선고 2000헌가12).

그런데 출입국관리법 제51조 제1항에 의한 보호명령제도는 법관의 영장을 발부받도록 한다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급박성이 있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긴급한 경우에는 동조 제3항에서 긴급보호라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사건 긴급보호 집행행위는 사전에 계획적으로 이루어졌고, 실제 청구인들의 노동조합 사무실 앞이나, 집에서 집행된 것이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경우와 같이 긴급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긴급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 사건 긴급보호와 법관의 영장 없이 청구인들의 인신을 구속한 이 사건 보호의 집행행위, 그리고 그 근거법률 출입국관리법 제51조 제1항은 헌법 제12조를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입니다.

5. 나아가, 청구인 소부르 압두스의 경우, 단속반원들이 영장 없이 청구인의 집까지 들어와 단속하였는데, 이는 청구인의 주거의 자유를 침해한 것입니다.

6. 다음으로 이 사건 강제퇴거 집행행위의 위헌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청구인들이 체류자격 없는 외국인이라고 하여도, 강제퇴거절차에서 그 적법여부에 대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피청구인들은 청구인들에 대한 행정소송 및 효력정지신청사건이 계속 중인 사실을 알면서도, 2008년 5월 15일경 강제퇴거 집행을 완료하였습니다. 이는 청구인들이 법관의 면전에서 공격,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한 것이며, 청구인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입니다.

7. 또한 청구인들에게는 이 사건 강제퇴거 절차에서 선임된 변호인들이 있었고,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이의신청 시에도 변호인들이 청구인들을 대리하였습니다. 그런데 피청구인들은 청구인들의 변호인들에게 이의신청의 결과를 알리지 않은 채 강제퇴거 집행을 개시하여, 이 사건 강제퇴거 집행 과정에서 청구인들이 변호인을 접견할 기회를 박탈하여 변호인의 조력권을 침해하였습니다.

8. 이와 같이 피청구인들은 강제퇴거집행을 하여야할 급박한 사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외국인들과 달리 유독 이주노동조합 임원들에 대하여만 강제퇴거 집행을 기습적으로 완료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청구인들을 이주노동조합의 임원이라는 이유로 차별하여 평등권을 침해한 것입니다.

9. 또한 피청구인들은 진정조사 완료시까지 강제퇴거 집행을 정지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구제 결정을 무시하고, 청구인들의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하여 공정한 조사를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비록 법률에 의하여 설립된 국가기관이지만, 헌법 제10조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헌법상 국가에 부여된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국가기관으로서, 1993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국가인권기구 지위의 원칙’에 따라 국제인권규범 실행을 위한 준국제기구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고 공정한 조사를 받을 권리는 헌법적 차원에서 열거되지 않은 기본권으로 보장받아야 할 것입니다.

10. 마지막으로 적법요건과 관련하여 말씀드리면,

이 사건의 경우에는 이미 행정처분의 집행이 완료되었기 때문에 행정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은 그 소의 이익이 부정될 가능성이 많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외에 달리 효과적인 구제방법이 없으므로 보충성 원칙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또한 출입국관리법에 기한 보호, 강제퇴거 집행제도는 앞으로도 계속 시행될 것이 예상되므로 침해 반복의 위험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광범위한 법적 공백 상태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출입국 행정에 대하여는 아직 헌법적 해명이 이루어진 바 없어 이에 대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있어 심판의 이익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상의 이유로 이 사건 심판대상 행위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2011. 5. 12.(목)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월례세미나 - 유연근무제(일명 '퍼플잡')에 대하여

국미애(2010)의 '퍼플잡' 등 여성노동 유연화 담론의 문제점'의 글 중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그 자체는 이제 부정될 수 없는 정당성을 확보한 듯하다. 그런데 경제활동 지원 정책이 꾸준히 실시되고 있고, 전통적인 의미의 생계부양자로서 남성의 경제적 지위가 약화되고 있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는 하나, 이것이 성별분업 해체라는 목표를 향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예컨대, '양성평등', '남녀고용평등' 등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향으로 정부정책과 관련 법, 제도의 변화가 이루어져왔지만, 그것이 어떤 평등을 지향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질문의 대상이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가 국각적 의기로 급부상하기 시작한 이후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일-가족 양립'이라는 화두가 <남녀고용평등법>의 법명이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로 바뀌고, 관련 주제의 여러 '대형' 정책연구물이 생산되고, 이를 토대로 중장기계획이 산출되는 등의 가시적인 결과물을 가져왔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주된 정책대상을 여성으로 설정하게 되는 현실적 필요와, '여성의 이중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남성을 여전히 '열외'로 남겨두는 치명적인 한계 사이에 위치해 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유연근무제 도입이 불가피하다", "유연근무제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인다"는 명제는 어떤 가치와 규범을 담지하고 있는가?

시간제공무원제도의 도입이 여성 및 노년층의 고용 기회를 확대하여 노동시작의 분절화에 대처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하위직급과 기혼여성 중심으로 시간제근무를 한다고 할 때, 오히려 업무간의 위계가 더욱 분명해지면서 특정 업무가 주변화 되고, 이에 성별과 직급, 혼인상태를 중심으로 공직사회의 분절화가 급속하게 진행될 우려가 있다.

단시간근로가 '양질의' '괜찮은'일자리가 되기 위해 어떤 조건이 선결되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생략한 채 당장의 필요에 의해 여성을 단시간 노동력으로 사고하는 전형을 보여준다. 요컨대, 여성의 노동을 단시간 근로로 특수화하는 방식의 일자리 확대는 젠더 관념의 반영지아 그 결과물인 것이다. '기혼여성'이 단시간근로자의 다수를 구성한다는 것은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 이들의 단시간근로에는 자발적 선택, 개인적 선호이자 욕구라는 외피가 덧씌워진다. 그렇기에 성별분업 강화가 문제시되기보다는 노동시장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가족시간도 충분히 가지려는 개별노동자들의 행위 전략으로 위치지어진다. 이들의 논의에서 전제하고 있는 여성은 기혼여성, 그 중에서도 남성배우자가 생계부양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고 있는 기혼여성이다.

신경아(2010)는 발제자들이 시간제고용을 매우 필요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음을 짚어내면서 필요성이 곧 긍정적인 결과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현실적 조건상 불가피한 요구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제도적 가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것인가

공직사회는 전일제의 정규직근로 모델을 표준으로 유지하면서 시간제근무를 '표준에서 벗어난' 경로로 의미화하고, 표준적 경로와 비표준적 경로에 배타적으로 성을 할당하는 성별화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유연근무제가 '일-가족 양립'이라는 구호 아래 자신을 위치시키는 한 유연근무제는 고유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 혼인상태와 배우자유무, 자녀유무라는 가족상황에 의해 적격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성애 핵가족이 규범으로 작동하는 사회에서 키워야할 자식도, 내조를 원하는 남편도 없는 독신여성에서 '일-가족 양립'은 어울리지 않는다.  노동시간의 유연화는 '일-가족 양립'이란 편협한 전시성 행정의 우산을 벗어나 개인'들'의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전반적인 사회 변화의 맥락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2011. 5. 13.(금) 이주연구모임 - '다문화'란 무엇인가?

1. 김현미(2008), '한국에서의 다문화주의, 한국사회 다문화담론과 정책'의 글 중

"이주자들에게 '한국식'으로의 동화 또는 무권력, 침묵 이외에는 선택할 것이 주어지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마치 동화주의와 다문화주의적 입장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만드는 것 자체가 허구적일 수 있다. 이 논쟁은 적어도 가족이민이 허용되고, 소위 '불법' 이주자도 시간이 지나 체류국에서의 체류권이나 영주권을 얻어 정착이 가능했던 국가들에서 일어날 수 있다.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한국은 이민 수용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의 다문화정책의 부재와 다문화주의의 남용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이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대적 전환기에 다문화주의 논의를 어떤 방식으로 공론화시키느냐는 시민사회가 수행해야 할 정치적 개입이다.

첫째로, 아직 한국에서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나 결혼 이주자들의 일상적 차원에서 이들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 시급하다. 둘째로, 문화권의 핵심은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대표할 권리는 누가 가지느냐이다.

한국의 다문화주의는 현재 국가, 시민사회, 이주민 그룹들 간의 의미를 둘러싼 경합을 벌이고 있다. 원래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주의란 말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시민사회와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NGO 등을 통해서였다. 단일민족에 기반을 둔 국민주의가 만들어내는 인종적, 성적 계급적 등 다양한 폭력들을 통해 이주 노동자, 혼혈인, 결혼 이주자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NGO나 시민 사회에서 다문화주의는 그것이 일반적으로 내포하는 문화적 차이에 대한 상호 인정과 승인의 의미보다는 한국의 단일문화주의의 폭력성에 대한 대항적 개념이었다. 그러나 다문화주의, 다문화란 용어가 정부에 의해 차용된 2006년 이후, 시민단체를 비롯한 민간단체들을 "다문화가족 관련 위탁사업을 수령하려고 경쟁적으로 나서게 되자 시민사회에서 자성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윤인진). 무엇보다도 다문화주의를 주도해야 할 주요 행위자인 이주민들의 법적 지위의 한계 때문에 그들에 의한 광범위한 투쟁이 일어날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다문화주의는 곧 정착형 이민자인 결혼이주자에 대한 논의로 귀결 또는 협소화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다문화주의가 국가에 의해 '차용'되면서 정책적 실체가 없이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 다문화주의의 국가적 '차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질 수 있는데 하나는 정착형 결혼이주자들의 사회 통합을 위한 담론으로, 다른 하나는 글로벌 경제로의 적극적인 편입을 위한 고급 인력 유치와 '코스모폴리탄'적 소비자를 만들어내기 위한 신자유주의 담론의 하나로서이다. 실제 다문화주의의 정치적 이상과는 매우 거리가 먼 정책들이 현재 한국 사회의 다문화주의 정책 담론을 지배하고 있다. "
 

2. 엄한진(2006), '전지구적 맥락에서 본 한국의 다문화주의 이민논의'의 글 중

"문화 없는 다문화주의

<이주노동자>와 <외국인노동자>를 검색어로 얻어진 지난 2005.12.~2006.11 언론기사를 주제별로 나누어본 결과 <다문화>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한국의 이민논의에 정착 이민자들의 문화적 측면, 한국에서의 이들의 문화생활, 종교생활, 일상문화에 대한 부분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의 사고방식 및 문화생활, 일상생활과 같은 구체적인 문화에 대한 무관심은 이민 담론이 이민자들의 주체성을 무시하는 경향과 맞물려 있다. 한국인이 주도하는 시도들이 미디어를 독점하는, 온통 우리의 미덕으로 미디어가 채워지는 양상은 암묵적으로 이민자들을 대상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