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은 수치가 아니니까”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서연(수애)의 대사이다. 알츠하이머 환자인 서연은 증세 악화로 결국 직장에 사직서를 낸다. 사직 이유를 묻는 상사에게 자신의 병에 대해 말하기 전, 질병은 수치가 아니라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모습은 당사자로서 느끼는 드러내기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질병에 대한 낙인. 이 장면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올해 HIV/AIDS 활동과 인연이 많았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상황에 놓인 HIV 감염인들을 만나게 되었다. HIV감염과 보험차별에 대한 상담을 하기도 하고, 진로와 취직에 대한 고민을 듣기도 하였다. 한 감염인의 편지가 계기가 되어, HIV 감염인을 격리수용하고 교육, 직업훈련 프로그램에서 배제하는 교도소정책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였고, 생전 처음 경찰에 연행된 것도 부산에서 개최된 아시아 태평양지역 국제에이즈대회에의 FTA반대집회에서였다. 이처럼 다양한 상황에 처한 감염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질병 자체에 기인한 것보다는 사회적 차별과 낙인에 따른 것들이 많았고, 한국사회에서 감염인으로 드러나는 것에 대한 절실한 두려움이 느껴졌다.

HIV/AIDS란 질병이 처음 알려진지 30년이 지났다. HIV/AIDS가 발견된 초기에는 죽음과 공포의 질병으로 인식되었지만, 현재는 의학적으로 다양한 의약품이 개발되어 적절한 치료법을 유지할 경우 20년 이상의 수명을 건강하게 누릴 수 있는 만성질환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다수의 국가들은 HIV/AIDS를 ‘사회적 질병’으로 보고, HIV 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금지하는 정책을 마련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HIV가 전염성이 낮은 바이러스로 분류되고, 일상생활을 통해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통제중심의 보건정책 보다는 HIV감염인의 인권을 보호하여 치료의 자발성을 확대하는 방법이 감염예방이라는 공중보건의 목적에도 효과적이라는 인식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다.

한국정부도 올해 ‘에이즈에 관한 유엔고위급회의’에서 유엔에이즈(UNAIDS)의 에이즈대응정책 3Zeros(Zero new infection, Zero AIDS-related deaths, Zero discrimination, 신규감염 제로, 에이즈관련사망 제로, 차별 제로)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4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어떤 차별과 낙인도 없는 환경을 위해 노력할 것, 둘째, HIV에 대한 정확한 정보에 근거하여 대중적 인식을 향상시킬 것, 셋째, 적절한 치료와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 넷째 에이즈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과연 한국정부는 국제사회에서 표방하는 인권국가로서의 이미지처럼, 에이즈정책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 실천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한국정부는 한국사회의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심각한 차별과 낙인을 줄이고, 감염인 인권 보장과 사회적 지원을 위한 정책과 역할에 소극적이다. 한국은 오히려 최근 날치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및 그 대표적 독소조항인 의약품의 품목허가와 특허를 연계하는 제도(허가-특허 연계제도)의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보건복지부의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심각하게 제약하였고, 법무부는 감염인의 색출과 격리수용을 목적으로, 모든 신입수용자를 대상으로 HIV/AIDS 강제검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또한 한국정부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권고를 받아들여 HIV/AIDS를 이유로 한 출입국 규제를 폐지하였다는 대외적 표명과는 달리, 원어민 강사, 내국인 배우자, 예술흥행비자 등 사증 발급이나 외국인 등록 시에 HIV/AIDS검사를 의무화하여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강제검진 및 출입국 규제도 여전히 유효한 상태이다.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자,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이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에이즈 관련 인권단체들은 보건복지부 앞에서 “에이즈30년, 그러나 에이즈감염인의 인권은 거꾸로 간다”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HIV 감염인들에게는 12월 1일 하루만 추운 것이 아니라 365일이 춥다”는 HIV/AIDS 활동가 윤가브리엘의 외침을 흘려듣지 않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 HIV/AIDS감염인을 지칭하는 용어로 외국과 관련 영역에서는 “PL”이란 표현을 쓴다. "PL"은 “People Living with HIV/AIDS”를 줄인 말로 직역하면, “HIV/AIDS와 함께 사는 사람”이란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HIV/AIDS감염여부가 한 개인의 정체성을 압도하는 듯한 ‘HIV감염인’이나 ‘AIDS환자’라는 표현보다 “PL”이란 용어가 편하고, 감염인의 인권의 문제가 단순히 의료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면, “PL”이란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직 낯선 용어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HIV/AIDS감염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사회국가원리

카테고리 없음 | 2011. 11. 11. 21:55
Posted by 장변

우리 헌법은 사회국가원리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헌법의 전문, 사회적 기본권의 보장( 헌법 제31조 내지 제36조), 경제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유도하고 재분배하여야 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는 경제에 관한 조항( 헌법 제119조 제2항 이하) 등과 같이 사회국가원리의 구체화된 여러 표현을 통하여 사회국가원리를 수용하였다. 사회국가란 한마디로, 사회정의의 이념을 헌법에 수용한 국가, 사회현상에 대하여 방관적인 국가가 아니라 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정의로운 사회질서의 형성을 위하여 사회현상에 관여하고 간섭하고 분배하고 조정하는 국가이며, 궁극적으로는 국민 각자가 실제로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그 실질적 조건을 마련해 줄 의무가 있는 국가이다(헌재 2002.12.18. 2002헌마52).

 


뉴데일리가 '게이노래문화 육성? 박원순재단 동성애단체 지원'이라는 기사를 냈습니다.
(뉴데일리 기사를 링크할 때는 표시를 해주세요. 저 하나라도 클릭수 보태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기생하는 매체)  
그 의도가 정말 악의적이고 불순합니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낙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선동하고 조장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이 동성애자인권단체를 지원했다? 맞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여러가지 배분사업 중 '변화의 시나리오' 공익과 대안 지원사업이 있습니다. 성소수자인권단체를 포함하여 다양한 인권,여성,환경,시민단체의 공익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자선을 넘어 변화'를 지향하는 아름다운재단의 사업들입니다.   

1) 아름다운재단의 공익단체 출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후천성인권결핍사회를 아웃팅하다' 지승호씨와 동성애자인권연대 인터뷰집이 올해 출판되었습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9402125

2)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으로 <성소수자 에이즈, 그 달관의 경지> HIV/AIDS 미술전시 프로젝트가 현재 한남동 '복합문화공간 꿀'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10/20(목)~11/6(일)  
http://www.lgbtpride.or.kr/lgbtpridexe/?document_srl=104361

3)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에 선정된 친구사이 게이코러스 G-Voice 정기공연입니다. 11/5(토) 오후4시, 8시 아트_씨네코드 선재에서 있습니다. 무료공연입니다.
http://chingusai.net/bbs/zboard.php?id=main_notic&no=595

아름다운재단, '자선을 넘어 변화'를 지향합니다. 재단의 배분사업들의 지향에 동의하신다면, 1% 후원해 주세요~ (이번 정치적 공격이 재단의 지향을 위축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http://www.beautifulfund.org/ssl.html



이번 선거는, 한국사회가 '후천성인권결핍사회'임을 적나라하게 아웃팅시키네요!


  

 

소수자 인권, 사방이 벽이다.

카테고리 없음 | 2011. 10. 6. 21:21
Posted by 장변
 
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의 행형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내어놓았다.

이 개정안의 핵심쟁점은 교도소에서 모든 신입 수용자가, HIV/AIDS 검사를 거부할 수 없도록 신체검사를 의무화하는 조항이었다.
공감과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천주교인권위원회, 진보네트워크는 이 조항이 보건한적으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개인의 신체의 자유 및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어서 반대한다는 의견을 법무부, 보건복지부, 국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여러 기관에 보냈었다.

...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서에는 이 핵심쟁점이 쏙 빠져있다.
상임위원회 심의과정에서 홍진표 위원의 요구에 따라 이 쟁점에 대한 의견이 삭제되었다는 것이다.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에이즈예방법 개정에 대한 권고를 하면서, 에이즈강제검사에 대한 반대의견을 냈었는데, 이번에 스스로 자신들의 기권고사항까지 묵살해버린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뻘 짓이 오늘, 내일 일은 아니지만,
최근 소수자 인권을 보호해야할 기관들의 인식이 예전보다 후퇴하였음을 절감하고 있다.
인권 보호의 최후의 보루라는 헌법재판소도, 국가인권위원회도.
학생인권조례를 만든다는 서울시 교육청도.
이 기관들에서 만큼은 합리적인 논쟁을 통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기대했던 만큼 실망감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도 다시 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 사건들이 있다.
답답하고 안타깝다.

 
2011년 9월 7일 서울시교육청 학생생활지도정책자문위원회가 서울학생인권조례 초안을 발표하였습니다.공청회 및 의견수렴을 하여 9월말에 입법예고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초안 제7조(차별받지 않을 권리)에서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차별금지사유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성적지향’만 제외하였고, 소수자 학생의 인권보장(제30조)에서 ‘성소수자’ 청소년만 제외했습니다. 이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모두 포함시켜 성소수자 청소년들을 보호하고자 한 '서울특별시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과 경기도학생인권조례와도 비교되는 것입니다. 


2005년 한국의 13살에서 23살 사이의 청소년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조사 대상자의 70% 이상이 자살에 대해 고민해 본 경험이 있고, 45.7%가 실제 자살을 시도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청소년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수용정도, 아웃팅, 반동성애 폭력경험과 같은 사회적 반응이 이들의 우울과 자살위험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강병철․ 하경희 2005. “청소년 동성애자의 동성애 관련 특성이 자살위험성에 미치는 영향”, 청소년학연구). 또한 청소년 동성애자들은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숨기고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소외감과 무력감을 경험하고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동성애자임이 밝혀진 후에는 반동성애 폭력 등 부당한 처우를 받은 경험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김병철 ․김지혜, 2006, “청소년성소수자의 생활실태 조사”, 한국청소년개발원).

청소년이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고 주변의 지지를 받는 것은 동성애 여부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과 삶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학생인권조례의 차별금지조항(초안 제7조)에 성적 지향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소수자보호 조항(초안 제30조)에 성소수자 청소년도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사회적, 심리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청소년 동성애자들에게 소외감과 무력감, 고립감에서 벗어나 자긍심과 자존감을 높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해외의 많은 국가들은 초등학생을 포함한 청소년들에게 동성애 문제를 차단, 은폐, 회피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이해를 위해 사회적 노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캐나다 밴쿠버교육청(Vancouver School Board)은 2007년 『동성애자 청소년의 부모와 가족을 위한 질문과 답변』이라는 소책자를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로 발간하였는데, “어린이와 십대 모두는 자신에 대하여 좋은 느낌을 가져야 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책자는 자녀가 동성애자임을 드러내는 과정(coming out process)과 그러한 과정을 준비하는 부모와 가족 구성원들을 위하여 마련된 것입니다(
Vancouver School Board, 2007,『Questions and Answers for Parents and Family of Gay and Lesbian Youth』소책자의 한국어판은 http://www.pflagvancouver.com/resources.html ). 또한 ‘캐나다 인권과 자유 헌장’(Canadian Charter of Rights and Freedoms)과 ‘브리티시컬럼비아 인권법’(British Columbia Human Rights Act)에서 성적 지향을 근거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초등학생들이 의무적으로 배워야 하는 교과과정에 가족의 다양성, 성적 지향, 동성애혐오증, 차별 등의 동성애 관련 주제 토론이 포함되어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도 캐나다 밴쿠버교육청처럼 단 한 사람의 인권도 배제하지 않는 교육청이 되길 바랍니다. 그 첫걸음은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조례에서 삭제된 ‘성적지향’과 ‘성소수자’를 회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합니다.

글_ 장서연 변호사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조례 초안 차별금지사유에서 '성적 지향'과 '성소수자'를 삭제한 것에 대한 항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http://st-rights.or.kr/normal/board.do?bcfNo=561142 (서울시교육청 학생생활지도정책자문위원회 사이트)

 

 

-아래는 서울시교육청 및 학생생활지도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한상희 건국대 교수)가 만들었다는 서울학생인권조례 초안입니다. 오늘 기자회견으로 초안을 발표했고, 내일 공청회를 한다고 합니다.

-초안 제7조(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차별금지사유를 기본으로 하면서도‘성적지향’만 제외했습니다. ‘서울특별시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과 비교해 봐도 차별받지 아니할 권리(제7조)에서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소수자 학생의 인권보장(제30조)에서 ‘성소수자’만을 제외했습니다.

-역풍을 우려하여 의도적으로 ‘성소수자’만 제외하였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눈치볼거면 서울시교육청(및 자문위)은 학생인권조례 따로 발의하지 마세요. 그냥 주민발의안을 통과시키도록 도우세요. 매우 실망스럽고 유감입니다.

-참고로 이번에 서울시교육청에서 발표한 학생인권조례 초안은 지난 번 주민발의안과 다른 것입니다. '서울특별시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에는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이 그대로 발의되어있는 상태이고요. 서울시교육청에서 이와 별도로 따로 발의하기위한 학생인권조례초안에서 성적지향 등이 제외된거에요. 주민발의안과 같은것으로 혼동하는 분들이 많은 듯하여, 알려드립니다. 이번 서울시교육청안에서 성적지향 등이 제외된 채 최종 발의되면, 지난 번 주민발의안과 함께 서울시의회에서 두 안이 병합심의 될텐데, 저는 그 때 이 서울시교육청안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서울학생인권조례 초안

제2장 학생의 인권

제1절 차별받지 아니할 권리

제7조(차별받지 않을 권리) ①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견해, 경제적 지위, 병력, 징계, 학업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할 권리를 가진다.
② 학교의 설립자ㆍ경영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제1항에 예시한 사유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③ 교육감, 학교의 설립자ㆍ경영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교육과 학예에 관한 정책의 수립이나 그 집행, 교육시설의 확보나 교육의 실시 등 모든 학교생활에 있어 장애나 신체조건 등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그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

제10절 소수자 학생의 인권 보장

제30조(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장) ① 교육감, 학교의 설립자ㆍ경영자 ,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빈곤 학생, 장애 학생, 다문화가정 학생, 한부모가정 학생, 이주민가정 학생을 비롯한 외국인 학생, 운동선수, 근로 학생 등 소수자 학생이 그 특성에 따라 필요한 권리를 적정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소수자 학생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인권교육프로그램과 소수자 학생을 위한 진로 및 취업프로그램, 상담프로그램을 별도로 마련하여야 한다.

③ 장애학생은 학교에서 특별한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교육감 및 학교의 장은 장애 학생에게 교내외 교육활동에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고 참여를 보장하여야 하며, 장애상태에 따라 적절한 교육 및 평가방법을 제공하여야 한다.

④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빈곤학생이 가정형편 등으로 말미암아 수학여행 등 교육활동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⑤ 다문화가정 학생, 이주민가정 학생을 비롯한 외국인 학생의 인권은 학생 또는 보호자의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다문화가정 학생, 이주민 학생을 비롯한 외국인학생에 대하여 교육활동에서 언어ㆍ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한 차별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여야 하며, 다문화가정 학생의 전ㆍ입학기회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⑥ 교육감, 학교의 설립자ㆍ경영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다문화가정 학생, 이주민가정 학생을 비롯한 외국인 학생 등에 대하여 그의 문화적 정체성을 학습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그에 적합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비교>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출생지, 등록기준지, 성년이 되기 전의 주된 거주지 등을 말한다),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기혼·미혼·별거·이혼·사별·재혼·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을 이유로 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만, 현존하는 차별을 없애기 위하여 특정한 사람(특정한 사람들의 집단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잠정적으로 우대하는 행위와 이를 내용으로 하는 법령의 제정·개정 및 정책의 수립·집행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이하 "차별행위"라 한다)로 보지 아니한다.
가. 고용(모집, 채용, 교육, 배치, 승진, 임금 및 임금 외의 금품 지급, 자금의 융자, 정년, 퇴직, 해고 등을 포함한다)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
나. 재화·용역·교통수단·상업시설·토지·주거시설의 공급이나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
다. 교육시설이나 직업훈련기관에서의 교육·훈련이나 그 이용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라. 성희롱[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초·중등교육법」 제2조, 「고등교육법」 제2조와 그 밖의 다른 법률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2제1항에 따른 공직유관단체를 말한다)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여 또는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행위


<서울특별시학생인권조례안(주민발의안)>
http://www.sturightnow.net/page.php?id=ordinance

제2장 학생의 인권

제1절 차별받지 않을 권리

제6조(차별받지 않을 권리) ①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② 학교의 설립자·경영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제1항에 예시한 사유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 차별 사유의 ‘예시 조항’으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차별 관련 규정의 17개 사유에 더하여 학교 내 차별 양태를 고려한 징계, 성적, 경제적 지위 등을 추가함. 또한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두텁게 보장하기 위해 성적 지향과 아울러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도 함께 명시
☞ 학생회장 입후보 자격, 열독실 운영 등에 있어 부당한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근거규정으로 기능

...

제10절 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장
제28조(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장) ① 교육감, 학교의 설립자·경영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빈곤 학생, 장애 학생, 한부모가정 학생, 다문화가정 학생, 외국인 학생, 운동선수, 성소수자, 근로 학생 등 소수자 학생(이하 “소수자 학생”이라 한다)이 그 특성에 따라 요청되는 권리를 적정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②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사회구조나 문화에 따라 누구나 권리 실현에 어려움을 겪는 소수자 학생이 될 수 있음에 유념하면서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을 해소하는데 필요한 인권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소수자 학생을 위한 진로 및 취업 프로그램을 별도로 마련하여야 한다.
③ 교육감은 소수자 학생에 대하여 그 특성에 따라 요청되는 권리의 보장을 위하여 전문 상담 등의 적절한 지원 및 조력을 해야 한다.
④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특히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관한 정보를 본인의 동의없이 보호자를 포함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해서는 아니되며, 학생의 안전상 긴급성을 요하는 경우에도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야한다.
⑤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장애 학생에 대하여 교내외 교육활동에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고 참여를 보장하며, 적절한 교육 및 평가방법을 제공해야 한다.
⑥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빈곤 학생이 가정형편으로 말미암아 수학여행 등 교육활동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⑦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다문화가정 학생, 외국인 학생에 대하여 교육활동에서 언어․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한 차별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또한 서울특별시에 거주하는 사실만으로 학교에 전․입학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⑧ 다문화가정 학생, 외국인 학생의 인권은 당사자 또는 보호자의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⑨ 다문화가정 학생, 외국인 학생은 외국에서 이수한 교육과정에 상응하는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 제6조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구체화하여 소수자의 위치에 놓여있는 학생들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 적극적 조치에는 소수자 학생이 처한 특성이 적정하게 고려되어야 함
☞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학생, 운동선수, 성소수자 학생 등을 고려하여 전문 상담 등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아울러 명시. 개별 학교마다 전문 상담인력을 두기 어려운 경우에는 지역교육청이 그 역할을 대신 맡아 지원할 필요가 있음.
☞ 이주아동의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체류자격과 외국에서 이수한 교육과정의 인정이므로 이를 조례에 적극적으로 반영함.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2장 학생의 인권

제1절 차별받지 않을 권리

제5조(차별받지 않을 권리) ①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② 학교는 제1항에 예시한 사유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 참고로 국제연합(UN) 아동권리위원회(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도 2003년의 청소년들의 건강과 증진에 대한 일반논평 4호에서 ‘당사국들은 18세 이하의 모든 사람이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혹은 기타 의견, 국적, 민족, 사회적 출신, 재산, 장애, 출생 혹은 기타 지위와 관련해 차별 없이 [아동권리]협약 상의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할 의무가 있다(제2조)’하면서 ‘이러한 조건들에는 청소년들의 성적 지향 포함’된다고 성적 지향을 특별히 명시한 바 있습니다.(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 General Comment No. 4: Adolescent health and development in the context of the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1 July 2003, CRC/GC/2003/4.)



 

 

내가 아는 난민신청자 부부는 요즘 자녀들의 의료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다. 한국에서 만나 결혼한 부부는 한국에서 자녀 셋을 출산했다. 그런데 이 부부와 자녀들은 한국의 공공의료제도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비싼 의료비용을 부담해야 병원에 갈 수 있다. 게다가 난민신청자는 원칙적으로 취업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하루에 몇 끼를 거를 정도로 경제적으로 궁핍한 이 가족에게 비싼 병원비는 가장 큰 고민거리다.

1991년에 한국이 비준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당사국이 “아동이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건강을 누릴 권리(제24조)”를 인정하고, 그 중에서도, “모든 아동에게 필요한 의료지원과 건강관리의 제공을 보장하는 조치”와 “모든 여성에게 출산 전후의 적절한 의료치료” 등의 완전한 이행을 추구해야 하며, “건강관리지원의 이용에 관한 아동의 권리가 박탈되지 아니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거주하는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국적이나 체류자격으로 인하여 건강 및 의료에 관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 의료급여제도는 모두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등록을 한 자를 조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미등록 이주아동은 공공의료제도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그나마 보건복지부의 ‘외국인근로자 등 소외계층에 대한 무료진료 사업’은 미등록 이주민에 대해서 일정 범위내의 무료진료를 시행하고 있지만, 지정 의료원이 전국에 60여 곳 밖에 되지 않아 응급환자들이 지정병원을 찾아가기 어렵거나, 찾아가더라도 지정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경우가 있고, 지원 내용이 질병 발병 후 입원비, 수술비 지원에 국한되어 있어, 본질적으로 이주아동의 건강권을 증진시키는 제도로는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다.

아동의 의료접근은 성장기의 부적절한 치료로 인한 장기적인 영향을 고려하면 특히 중요하다. 실제로, 임신기와 아동기의 좋은 건강상태가 성인건강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인식이 점점 증가하고 있고,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미등록 이주민 중에서도 특별히 이주아동과 임산부의 경우에는 국민들과 같은 조건으로 공공의료제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특히 취약한 집단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통합적인 의료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인도주의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공중 보건적 측면, 예방의학적 측면,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더 효율적이다. 한국은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의 당사국으로서, 그 구속력에 따라 모든 아동들의 치료와 건강을 위한 의료접근에 있어 진정한 평등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한국은 현재 국내 거주하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정확한 수에 관한 공식적인 통계조차 없는 상황이다.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실태파악과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이 글은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 256호에도 실렸습니다. http://hr-oreum.net/article.php?id=1825


인천신항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베트남노동자 10명이 구속됐다. 죄명은 형법상 ‘업무방해’죄. 베트남 노동자 200여명이 2010년 7월 22일부터 7월 25일까지 나흘 동안, 그리고 2011년 1월 9일부터 1월 10일까지 이틀 동안 단체로 출근을 거부한 일이 있었는데, 한국 노동관계법에서 정한 쟁의행위 절차를 거치지 않고 파업을 하였다는 이유다.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는 노동자들


구속된 베트남 노동자들은 ㅌ건설산업에 고용되어 인천신항 컨테이너 하부축조 공사장에서 일했던 이주노동자들이다. ㅌ건설산업은 2009년경 270억 규모의 건설공사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200여명의 베트남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베트남 노동자들은 시급 4110원 최저임금을 받고 2조2교대로 매일 12시간씩 일해야 했다. 주간 근무조는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야간 근무조는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일했고, 일이 많은 날은 연장근로를 하기도 했다. 공사가 시작되면 중지할 수 없는 작업의 특성상 토요일, 일요일에도 공사는 진행이 되었고, 노동자들은 휴일근로수당을 받기 위하여 자의반타의반으로 일해야 했다. 구속된 노동자는 한국에 입국하여 처음 건설현장에서 일할 때 자신이 “사람이 아니고 노예나 기계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파업은 2010년 7월 22일 아침에 일어났다. 야간 근무조가 근무를 마치고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회사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에게 다가와 아침식사 시간인 7시를 지키지 않고 일찍 근무를 마쳤다며 불이익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건설현장의 특성상 30미터 높이에서 일을 하다가 식사를 하려면 이동시간과 대기시간이 길다. 당시 베트남 노동자들은 5분이라도 일찍 내려오면 사측에서 노동자들의 번호(회사는 노동자들을 이름 대신에 회사가 부여한 번호로 식별하고, 근무복에 번호를 적어 놓았다)를 적고, 불이익 조치로서 임금에서 1시간 임금을 공제하거나, 건설현장의 통로를 막는 등 엄격하게 통제하여 불만이 컸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당시 주간 근무조까지 출근을 거부하고, 베트남 노동자 전체 200여명이 회사 측에 식사시간 문제, 최저임금에서 식비(매월 24만원)를 공제하는 문제, 기숙사 안에서 엄격한 관리감독 문제 등의 개선을 요구하며 나흘 동안 출근을 거부하였다. 나흘의 기간 중 7월 24, 25일은 토요일과 일요일이었다. 당시 파업이 조직적이거나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회사 측의 회유와 해고 협박으로, 나흘 만에 노동자들은 자연스럽게 다시 출근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회사 측에서는 파업 이후 일부 개선 내용으로 노동자들이 식사시간 10분 전에 식당으로 내려올 수 있게 하고, 일정한 작업성과를 달성하는 조건으로 식비를 임금에서 공제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후 실제로 약속이 지켜지지는 않았다.


불법폭력파업으로 몰고 가는 검찰


경찰과 검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 파업 사건이 아닌 불법폭력파업사건으로 규정한다. 구속된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파업을 주동하고, 출근을 원하는 대부분의 베트남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폭행하여 출근을 저지하였다는 혐의를 씌우고 있다. 하지만 구속된 노동자들 대부분은 2010년 7월 이후 ㅌ건설산업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1차 파업 당시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전체 파업 상황을 파악하고 주도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더구나 구속된 노동자들이 근무를 하기 전과 후에도 같은 건설현장에서 비슷한 이유로 파업이 발생한 사실이 있다. 이 사건 전인 2010년 7월 9일경에도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식사제공에 관한 기존의 방침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일이 있었고, 이에 반대하는 21명의 노동자가 작업을 거부하였는데, 회사가 단체행동을 한 21명의 노동자들을 모두 해고하는 일이 있었다. 회사는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변경할 때 노동자들과 사전 협의나 협상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베트남 노동자들은 자연스럽게 단체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전후 사정을 보면, 현재 구속되어 있는 10여명 노동자들의 협박에 의하여 200여명의 노동자들이 출근을 못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한편, 이 사건의 수사과정도 문제가 많았다. 구속된 노동자 중에는 파업 이후에도 ㅌ건설산업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있었고, 갑자기 올해 3월경에 지난 해 파업으로 구속을 당하게 된 것이다. 구속할 만큼 중한 사안도 아니고,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자격을 지닌 등록 이주노동자들로서 기숙사와 근무처가 일정하여 도주의 우려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소환요구 한 차례 없이 이주노동자(외국인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10명 전원에 대하여 바로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구속시켰다. 구속된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회사와 원만히 해결하고 정상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9개월 전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구속당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또 경찰은 파업과 관련이 없고 피해자도 처벌을 원하지 않을 정도의 극히 경미한 폭행 사건들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입건하고 파업 사건과 병합하였다. 이주인권단체들은 경찰이 지난 4월 5일부터 실시한 ‘외국인 범죄 집중단속’기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경찰이 단속 실적을 이유로 작년에 발생한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하여 회사가 고소․고발하지도 않았는데 기획수사를 한 것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은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의 행사


헌법 제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헌법은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단체행동권에 대한 어떠한 법률유보조항도 두고 있지 않다. 그리고 단체행동권의 핵심인 쟁의행위는 고용주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하여 노동관계법령의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벌금형이나 징역형으로 형사처벌 하는 것은 사실상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애당초 업무방해죄는 노동운동 탄압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한국형법의 업무방해죄는 이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현재 업무방해죄는 한국과 일본 외에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구성요건이고, 오늘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나라에서는 쟁의행위에 대한 실체적 제한이나 절차적 제한을 불문하고 쟁의행위 자체를 일반적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예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 각국에서는 20세기 초를 전후하여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면책 법리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한편 대법원은 2011년 3월, 단순한 노무제공 거부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판례를 “(ⅰ)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ⅱ)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로 제한하는 판례변경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대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기준이 모호하여 형벌권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소수의견(재판관 5인)은, 단순파업의 경우 “근로자들의 단순한 근로제공 거부는 그것이 비록 집단적으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업무방해죄의 실행행위로서 사용자의 업무수행에 대한 적극적인 방해 행위로 인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도 없”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반대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정부는 이미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자유위원회로부터 단순파업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에 대하여 2000년 이래 총 10차례 권고를 받았고, 국제노동기구의 2004년 세계 보고서(Global Report)는 한국을 선진국 중에서 노동분쟁을 범죄시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소개하면서, 한국을 노동권에 대한 침해 문제가 “심각하고 급박한(serious and urgent)”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이주노동자들이 단체행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구속된 최초의 사건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형사 처벌하는 유일한 국가, 한국. 경찰은 단속실적을 위하여 사건을 부풀려 노동자들을 구속시키고, 회사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단체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주겠단다. 과연,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단체로 출근을 거부한 것이 유죄인가? 이들에 대한 선고기일은 이번 주 목요일(6월 23일)에 있다.


 

 

어제 베트남노동자 파업 구속사건 공판기일이 있었습니다. 선고기일은 2011.6.23.10:00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쉬움이 많지만 절차적으로 몇 가지 문제점을 공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피고인들의 공판정에서 수갑착용 문제입니다. 제가 선임해서 들어간 지난 기일과 어제 기일에도 피고인들은 수갑을 찬 채 재판을 받았습니다. 지난 기일에 단체 분 들이 방청석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수갑을 풀어달라고 요구를 하였으나, 판사는 피고인들 수가 많아서 사고가 발생하면 제압할 수가 없으니 법에 따라 그렇게 운용되는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현재 구속된 피고인 수는 10명입니다. 그런데 저는 지난 용산참사 때도 그렇고 피고인이 법정에서 수갑을 찬 채 재판받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형사소송법 280조에는 '공판정에서는 피고인의 신체를 구속하지 못한다. 다만, 재판장은 피고인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피고인의 신체를 구속을 명하거나 기타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사가 예외규정을 남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을 결심이 되었지만, 다음에 이런 경우가 있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두 번째는, 어제 증인신문 때, 회사 측 증인들의 요구에 의해, 피고인들과 방청석을 나가게 한 후 증인신문이 진행이 되었습니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는 이유였습니다. 지난 기일에도 그렇게 진행이 되었다고 합니다. 피고인들이 증인의 신문을 직접 듣고 반대신문의 기회를 가져야 하는데,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다른 변호사에게 들은 팁은 다음에 그런 일이 생기면 판사에게 증인신문 영상녹화를 요구하여 나중에 피고인들에게 보여주고 반대신문을 할 수 있는 기일을 한 번 더 잡아달라고 요구하거나, 증인신문방이 따로 있는 곳은 영상을 통하여 피고인들이 볼 수 있도록 요구하라고 하네요.

아무튼 통역 문제도 그렇고 절차적으로 아쉬운 점이 너무 많은데, 제가 처음부터 지원한 것이 아니라 이미 구속기간이 상당한 후 결심했던 사건을 나중에 선임하고 변론재개신청해서 촉박하게 진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미진한 부분은 변론요지서에 다 담아야 할텐데요..

 

성폭력 피해여성의 죽음

카테고리 없음 | 2011. 6. 15. 18:43
Posted by 장변

*민우회 칼럼에 기고한 글
http://www.womenlink.or.kr/nxprg/board.php?ao=view&bbs_id=main_column&page=&doc_num=121

성폭력 피해여성이 법정 증언 후 자살하였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그녀는 유서에 법정에서 판사의 질문에 모멸감을 느꼈다는 내용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원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성폭행이 아닐 가능성이 있어 재판부가 사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려 했을 뿐 모욕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한다.

성폭력 사건에서 판사가 피해자에게 ‘정확히 파악하려는 사실관계’는 뭐였을까. 기사에 의하면 당시 공판에서 가해자의 변호인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인터넷 채팅으로 이미 2차례 만났고 장소가 피해자의 고시원인 점을 들어 일방적인 성폭행이 아니라는 취지로 변론을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피해자가 과거에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면서 손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했다가 합의금을 받고 고소취한 일도 거론하였다고 한다. 이에 판사도 변호인의 신문이 끝난 뒤 이 사건을 거론하면서 “가해자가 어학연수생이고 합의금을 공탁하겠다고 하는데 합의하는 게 어떠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력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 피해 여성의 과거 또는 현재의 직업이 무엇이고, 과거 성폭력 당하거나 합의한 전력여부가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사실관계인가. 이러한 질문자체가 성폭력과 여성에 대한 편견에 근거해 있는 것 아닌가. 그 자체가 모욕적인 질문이 아닌가.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에 대하여 오랫동안 문제제기를 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수사절차나 재판절차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재판절차에서 가해자들은 변호인을 선임하는데 반해, 일반적으로 피해자들은 변호인 없이 혼자서 방어해야하는 불균형이 발생한다. 이러한 불균형 속에서 수사절차나 재판절차에서 가해자의 변호인들이 피해자들에게 가하는 불필요한 질문이나 편견에 근거한 공격에도, 검사나 판사가 제지하기는커녕, 그 편견에 근거한 심증을 드러내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판사들이 법정에서 무심하게 내뱉는 말들도 문제다. 판사들 중에는 법리에는 밝을지 몰라도,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나 배려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법정에서 가해자들을 앞에 두고 증언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고통스럽고 어렵다. 이러한 고통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나 배려도 없이 무심하게 내뱉는 말들이 성폭력 피해여성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피해여성은 유서를 통해 자신이 죽어야만 자신의 말을 믿어줄 것이라는 내용을 남겼다고 한다. 그녀가 겪었을 억울함과 절망감이 느껴진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말이 죽음을 통해서만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신뢰를 얻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글 장서연